2015년 5월 25일 월요일

Der Boxer - Reinhard Kleist

#3. 미번역 그래픽노블 “복서”


우리나라에서 ‘하바나 쿠바 여행기’(학산문화사)라는 책으로 알려진 작가, 라인하르트 클라이스트의 biography 그래픽노블 ‘복서’입니다.



이 책은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폴란드계 유대인 복서 '해리 하프트(본명 Hertzko Haft)'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화입니다.
물론 보다 앞서서 아트 슈피겔이 ‘쥐’라는 그래픽노블로 아우슈비츠의 비극을 그려냈지만, 클라이스트는 이보다 실제적으로 그려내길 원했다고 합니다.

해리 하프트를 모르는 한국독자들을 위해 간단한 줄거리를 요약해 보겠습니다.

가난한 야채상의 아들인 해리 하프트는 16살때 아우슈비츠에 수감됩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레아(Leah)라는 연인을 남겨두고서 말이죠.
혹독한 노동과 다른 유태인들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16살의 해리는 공포를 뼈속 깊이 각인합니다.


유태인 형제들의 죽음을 목격하고 좌절하는 해리

하지만 해리는 삶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레아(Leah)를 다시 한번 만나는 일입니다. 
어느날 그는 SS장교의 손에 이끌려 아우슈비츠의 복서가 됩니다. 독일군들의 유희를 충족시켜주고 그 댓가로 목숨을 부지하는 이 게임에 그는 단 한번도 패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승리가 더해질수록 죄책감도 커져갔습니다. 자기가 때려 눕힌 상대(이 역시 유대인) 가스실로 끌려간다는 사실을 알고있었으니까요.

아우슈비츠에서 목숨을 건 복싱경기

결국 그는 아우슈비츠를 운좋게 탈출하고 그로부터 얼마지나지 않아 전쟁을 끝이 납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아직 레아를 만나지 못했으니까요. 
그는 레아와의 재회를 꿈꾸며 미국으로 이주를 합니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거대한 대륙에서 사람 한 명을 찾는 것 쉬운일이 아니었습니다. 해리는 레아가 신문에서 자신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을 만큼 유명해지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직업복서로서의 인생을 시작합니다. 
그는 복서로 성공하게 될까요? 그리고 정말 꿈에 그리던 레아를 만나게 될까요?

감상 포인트

1. 작가 라인하르트 클라이스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같은 테마는 선정적으로 보이기 쉬워서 
  "카메라를 최대한 멀리두고 이야기의 원경을 잡아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아트 슈피겔의 ‘쥐’와는 다르게 조금 더 현실적이라는 느낌을 받았고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던 것 같습니다.

작가 라인하르트 클라이스트

2. 액자식 구성의 도입부가 인상적입니다.
   이 만화의 화자는 작가도 아니고 주인공도 아니고 주인공의 아들, 알란 하프트입니다. 따라서 이야기는 아들인 알란이 폭력꾼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흐름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전쟁의 어제와 오늘을 보여줍니다. 이렇게 작가의 플롯을 따라가다보면 우리 안에서의 어떤 모순을 발견하게 됩니다. 가령 이 소설속에서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해리 하프트를 그저 희생자로만 볼 수 있을까?” 처음엔 이 질문에 간단히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만화를 다 보고나서는 오히려 말문이 막혀버리더군요. 

아래 그림들은 도입부 전체입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이해를 돕고자 직접 번역해보았습니다.

1963년 9월, 마이애미

지금 음악 틀지마!

아버지는 자신이 무언가를 말할때 이의제기를 허락하지 않으셨다.
나는 차라리 내 동생들과 수영장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내가 반드시 자신과 동행해야 한다고 강요하셨다.

나는 아버지에게서 자주 공포를 느꼈다. 내게 있어서 아버지는 과거 복싱선수였던,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남자였다.
그는 아들과 야구를 하며 함께 놀아주는 그런 종류의 아버지는 아니었다. 그리고 성미가 급해 자주 화를 내곤 했다.

어머니는 내게 그의 폭력적인 성격을 그가 겪은 무시무시한 과거를 들려줌으로써 이해시켜 주려고 노력하셨다. 

나는 그것을 전혀 듣고 싶지 않았다. 현재만으로도 내겐 충분히 나빴다.


너가 오늘 함께 와줘서 고맙구나.

언젠가 이 모든걸 네게 털어놓을꺼다.

오늘의 미번역 그래픽노블 소개는 여기까지입니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http://www.reinhard-kleist.de/

이 작품이 더 궁금하시다면 댓글이나 grandline478@gmail.com 으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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