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일 월요일

Sohntage

#미번역 그림책
(다시 본이 씁니다.)



아들 요일
영어로 각 요일은 Mon, Tues 등과 날을 뜻하는 day가 합쳐져 만들어지는데, 이것은 독일어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Mon+Tag (월요일), Diens+Tag (화요일) 처럼.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이 책의 제목은 Sohn(아들) + Tage(날들), 즉 "아들 요일"이나, "아들과 함께한 날들"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다. 도서관의 그래픽노블 코너에서 집어왔지만, 이 책은 성인을 타겟팅 한(아마도) 그림책으로 분류된다.

Philip Waechter
휴일이나 오후 무렵 독일의 거리를 지나다니며 눈에 띄는 것은 유모차를 끌고 나오거나,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쪽은 아버지 일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남성의 육아휴직도 정부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더니, 그런 연유에서 일까. 피어싱한 젊은 아빠나, 깔끔한 셔츠의 단추를 푼 나이가 지긋한 아버지들이 아이들의 자전거를 봐주거나 모자를 씌워주거나 번쩍 들어 목마를 태워준다. 아빠도 아이도 너무나 자연스럽다.
일러스트레이터인 필립 바에히터 역시 마찬가지다.

아기가 나왔다.
프랑크푸르트에 사는 그는 막 한 아들의 아버지가 되었다.

집으로 오는 길.
"설마 항상 이렇게 시끄러웠던 거야?"
아무렇지 않았던 도시의 소음이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내 품의 아이는 연약하다.

불가해란 말이야...
그러면서도 또 아주 멋진데..
우리가 말이야, 정말 보통의 아이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니!
서로 알아가기
"그러니까, 일요일은 우리가 신문을 읽는 날이야!"
핫도그
"봐, 인생을 산다는건 엄청 많이 먹게 된다는 거거든!"
아프다.
그는 아버지로써 새로 해보는 것들이 많다.
저, 혹시 제 아들의 모자 좀 제대로 씌워주실 수 있나요?

사실 이 책에는 그렇다 할 특별한 내용은 없다.

자, 인생이 아름답지?

다만, 아버지가 된다는 게 저렇게 즐거운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뿐.


#5. 미번역 그래픽 노블 'Die Welle(파도)'

오늘은 윤. 허리를 다쳐 요상한 자세로 쭈그려 쓰고 있습니다. 




책 소개에 앞서 영상 하나를 소개하자면,



"훈련을 통해 힘을 모으면 성공할 수 있어."

이 말이 이렇게 무섭게 변할 수도 있다는 거, 어렸을 땐 몰랐다. 그저 시험이 있어서 공부를 했고 성적표에 찍히는 석차 때문에 밤을 새기도 했다. 하지만 커가면서 이건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판이라는 사실을 알게됐다. 
만약 내가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니었다면? 
그래서 가령 성적순으로 대학을 진학하는 입시제도를 겪지 않았다면? 
석차 등수가 찍혀 나오지 않는 성적표를 받았다면?
이제사 이런 질문을 던져봤자 무용하지만서도 분명 내가 다른 환경에서 공부를 했다면 공부에 대한 건강한 인식을 일찍부터 갖게되지 않았을까 싶다.
(여담이지만 나는 시험에 엄창 긴장하는 타입이다. 시험 전날 잠을 못자는 일은 다반사고 시험 시작후 매 분마다 시계를 보느라 시험에 집중하지 못하곤 한다. 하지만 여기 독일에 와서보니 다른 나라 친구들은 공부를 대하는 태도가 참 다양했다. 유용성에 근거해서 공부하는 친구도 있고 흥미위주의 공부를 하는 친구도 있었다. 물론 나처럼 엄청 긴장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긴 했다. 그래도 이렇게 다양한 태도는 한국에서 일률화된 방식과 일률화된 목표로 공부를 해왔던 내겐 참 부러운 점이었다.)
그런데 이런 아쉬움보다 더 신기한 건 왜 그때 난 이런 의문을 생각하지 않았을까이다. 
왜 난 수학증명도 하나 하나 따져가며 공부했건만,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 왜 성공하고 싶은지 따져 묻지 않았을까.

아마 조급해서, 그래서 묻지 않았을 것이다. 실로 사람이 조급하면 가장 중요한 질문인 '왜'를 건너뛰기 쉽다. 하지만 '왜'라는 질문은 모든 '의미있음'에 시작인 것 같다. 내가 어떤 행위를 하는 데 앞서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면, 사실 나는 그 일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그 대답이 반드시 숭고하거나 멋질필요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왜'라고 묻는 것 자체는 중요한 것이 아닐까?

EBS 영상에 확 심취해서 좀 옆길로 샌감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이 그래픽 노블도 궁긍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다르지 않다고 본다.

간단하게 내용을 설명하자면 이 책 'Die Welle(파도)'는 실제 캘리포니아의 Cubberley라는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5일간의 실험을 다루고 있다. 영상에서 본 것 처럼 어느 역사 선생님이 나치즘을 이해시키기 위한 일환으로 학생들을 상대로 실험을 하게 되고 결국 학생들은 자기도 모르는 새, 자신들이 부정했던 나치와 똑같이 행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치닫는 데...

이후의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You tube에서 '환상적인 실험'으로 검색하거나 이프에서 펴낸 '파도'라는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ㅎ

오늘도 여느때처럼 발번역이지만 몇 컷 해석해보자면,

훈련을 통한
공동체를 통한
실천을 통한
힘의 집결

실체를 토로하는 장면
" 파도의 전국연합운동은 없다. 지도자도 없다.(이전에 선생은 아이들에게 오늘 전국연합운동이 있고 진짜 지도자가 오니까 모두 모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유일한게 있다면, 바로 이 사람이다. 너희들이 무슨짓을 한지 보이느냐?너희들이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우선순위에 두었던 것은 너희들의 자유를 싼값으로 팔아치운거에 불과하다.너희들은 너희들만의 확신보다 단체의 의지를 우선시 했다. 너희들은 너희들에게 속하고 싶지 않은 자들을 협박했다. 얼마나 더 너희들은 나갈 수 있을까?파치즘은 그냥 다른나라 사람들이 마주했던 무언가가 아니라, 그건 여기 우리들중에 있고 그리고 우리들중 누구에게나 있다 "

두 페이지봐도 그림체는 참... 우리 정서와 맞지 않는다. 하지만 소설 자체는 워낙 유명한 소설이고 일단 재밌으니까 금방 읽힌다. 가능하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재밌는 소재의 그림책이 나와준다면 좋겠다.